<강추!> 운명을 사랑이라고 믿는 여자와 사랑이 운명이라고 믿는 남자의 엇갈린 인연의 이야기.(“햇빛이 비쳐야 숨겨진 붉은 머리카락이 나타나는 것처럼 운명도 그렇게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거야.”)

[책속으로]

하얀색 실크 블라우스로 손이 점점 다가갔다.
하나씩 풀어지는 단추.
“나 벗는다.”
며칠 전, 티파니언니의 심각한 말을 웃어 넘겼던 나였기에 충격은 배로 돌아왔다.
언니는 정말로 블라우스를 벗어 던져 버렸다. 언니의 가슴엔 빨간색...레이스가 달린 비키니가 나타났다.
저 비키니는 오늘 무대를 위해 매장을 20개나 돌아다니다 발견한 신상이었다.
여기저기 남자들의 감탄과 욕망의 소리가 들려 왔다.
티파니언니는 강남 모클럽에서 주관하는 섹시댄스대회에 다섯 번째 참가자로 무대를 올랐다. 참가자는 언니를 포함에서 열 두명이었고, 하나같이 늘씬한 각선미를 지니고 있었다.
사회자의 신호에 맞춰 참가자들은 무대에 올라와 관능적인 춤들을 추기 시작했다. 다섯 번째로 올라온 티파니언니는 단연 눈에 띄었다. 몸매며 얼굴이며 헤어에 옷까지.
티파니언니는 더욱 당당하게 끈적거리는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운동으로 다져진 언니의 상체와 복근은 조명으로 인해 더욱 섹시하고 황홀하게 느껴졌다.
나랑 같이 구경하는 티나언니가 환호성을 질러댔다.
“티샤야. 티파니 정말 멋있지 않냐?”
티나언니는 티파니언니와 동갑이며, 이 댄스대회에 참가를 권유한 당사자이기도 했다.
“저 복근 봐라. 갖고 싶다 갖고 싶어.”
티나언니는 부러운 시선으로 요염하게 춤을 추고 있는 티파니언니를 쳐다봤다.
“너도 갖고 싶지. 티샤.”

나의 이름은 티샤가 아니다. 물론 언니들도 티파니, 티나가 아니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으론 맘껏 놀 수 없다고 판단한 언니들이, 클럽에 가기 위해 스스로를 각각 티파니 티나로 불렀다. 조상들이 이름 말고 자신이 원하는 호를 지어 부르듯 말이다.
그래서 나도 클럽에 가기 위해서 오늘 급하게 티샤가 되어버렸다.

박은하 로맨스 소설 / 머리카락이 반짝인다.

1. 가 면
2. 붉은 머리
3. 잘못된 만남
4. 운명
5. 수레
6. 사랑의 다리
7. 시작
8. 만남
9. 하얀 거짓말
10. 사투